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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누군가 내 예술 취향을 물어보면 오르세 미술관이라고 답하리

heedy 2023. 3. 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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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많은 취향들이 있지만, 좋아하는 예술 작품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많이 보지 못했다.

지금이야 많이 개선되었지만, 옛날에는 우리나라에서 미술적 취향이란 아는 척 있는 척하는 느낌이 있던 것 같다.나도 사실 미술이야 학생 때 미술 시간에만 본 것들이 다였고, 많은 흥미도 없었다.

그러다 17년 겨울 주희랑 한국에서 진행한 오르세 미술관전을 보고 난 후에 생기게 되었다.
이전에도 언급했던 것이지만, 그런 따뜻한 색감과 붓 터치감 그리고 나에게 봄날의 햇살과 개나리 같은 인상을 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소녀들을 보고 그때부터 인상주의 작품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다.

피아노를 치는 소녀들

이 작품은 인터넷에 쳐보면 색감이 그림마다 다른데, 아마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본연의 색감을 살리기 위해 이리저리 보정을 하다가 다 달라진 것 같다.

이 작품을 본 이후부터 인상주의 작품전을 하면 하나씩 다 보게 됐고, 이후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직접 작품을 보며 내 미술적 취향은 인상주의 작품이다라는 걸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인상주의 화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르누아르와 고흐.
두 화가의 작품은 볼 때마다 감명을 받고, 항상 새로운 충격을 준다.그래서 오늘은 이런 내 취향을 가득 담은 오르세 미술관에 대한 후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만일, 미술 작품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다면 나중에 꼭 오르세 미술관을 가보길 바라며 오늘의 포스팅 시작하겠습니다.


"오르세 미술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뭘까?"
시계? 조각들? ...

많은 것들이 떠오를 수 있지만, 나는 단연코 인상주의 작품이다.

오르세 미술관 시계들

오르세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는 루브르 박물관을 간 직후였다.

이런 스케줄을 잡은 내가 미친 건가 싶을 정도로 발이 너무 아팠는데..
사실 프랑스 여행 자체가 일정 같은 거 없음 → 빡빡하게 다니는 스타일 → 뮤지엄패스는 4일밖에 쓰지 못 함의 연속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루브르에서 약 4시간을 쉬지도 않고 발 질질 끌면서 모든 층을 다 보고, 밖을 걷는데 내 발이 내 발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르세 미술관의 위치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다리만 건너면 있는 곳이었고, 나는 맥주로 목을 축이고, 샌드위치와 크레페로 배를 채운 다음에 그래도 보러 가야지.. 하면서 발을 뗐다.

그래도 조금 쉬어서 그나마 다리와 발이 좀 나아졌고, 미술관에 사람들이 생각보다 적었기 때문에 약간 행복해지면서 입장을 했다.

Musee d'Orsay

들어가자마자 딱 눈앞에 펼쳐진 것은 조각상의 길이었다.

건너편 위에서 쳐다본 모습

사진에서 보이는 시계 바로 밑이 입구였고, 그곳을 시작으로 1층에도 조각, 2층에도 조각들이 길게 있으며 가까이서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메인 거리의 조각을 기준으로 양 옆 길에는 각각 테마에 맞게 그림들이 나열돼 있다.

첫 조각은 자유의 여신상이었고, 그 뒤로 위 사진과 같은 동상? 조각상? 들이 계속 줄지어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조각은 이탈리아 조각가들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약간 감흥은 살짝 떨어졌다.(〃⌒▽⌒〃)ゝ 
그래도 이왕 보는 김에 찬찬히 둘러봤고, 이 이후로 양 옆 사이드에 있는 그림들을 보면서 내 인상주의 작품들을 빨리 만날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림들

그림을 보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항상 느끼는 점이 사진에는 실물만큼 그 느낌이 안 담겨서 아쉽다.
특히 밀레의 이삭줍기 같은 경우에도 직접 보면 저 원근법이나 색감이 눈에 확 들어오면서 따스한 오후의 느낌이 나고, 옆 그림 같은 경우에도 절박한 저 상황이 보는 나한테까지 느껴지는 정도였다.

다리가 아파서 천천히 걸으면서 작품을 봤는데, 천천히 전체적으로 한 번, 가까이에서 한 번 보니 더 느낌이 새로웠다.
그리고 한국에서 진행했던 오르세 미술관전과는 너무 규모와 작품의 수가 차이가 났고, 특히 거대한 크기의 그림은 아무것도 들여오지 못했구나를 느꼈다.

아래에서 위로 보는 그림들

큰 그림의 경우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게 되는데, 그때 그 시절의 하늘의 신에 대한 전지 전능함을 표현한 느낌이었다.
우리가 하늘을 우러러보듯이 그 느낌을 표현한 느낌..? 이렇게까지만 설명할 수 있는 내가 원통스럽다...^^

1층을 다 둘러본 후 그다음 목적지는 인상주의 작품을 모아둔 층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원래 3층이었는데 5층으로 변경됐다고 안내 표시판이 있었으며, 크게 Impressionism이라고 쓰여 있다.

그렇게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모아둔 층을 볼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은 아무래도 고흐였다. 소품샵에 고흐 그림 관련된 게 가장 많았을 정도.그런데 이건 고흐 그림을 보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도 이 날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고흐의 The starry night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The starry night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풍경을 묘사한 그림인데, 붓 터치가 강렬해서 강의 물결이 별빛을 반사하는 느낌이 들었고, 강한 붓터치에 반해 전체적으로 보면 따뜻한 분위기가 나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차가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서 한참을 봤다. 가벼운 듯 무거운 붓터치와 쉽게 그린 것 같으면서도 하나하나 섬세한 디테일까지, 이래서 고흐는 프랑스가 사랑하는 천재 화가인 것 같다.

안 그래도 고흐의 차갑고 강렬한 붓터치를 참 사랑하는데 이 작품을 보고 어찌 안 좋아할 수 있겠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작품이 너무 인상 깊어서 이후 봤던 자화상은 그렇게 강렬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고흐 자화상

고흐의 그림은 고흐가 우울증으로 힘들었을 때의 느낌이 확연히 드러나서 좋아한다. 이렇게까지 강렬한 인상을 몇 세기 후인 내가 느낄 수 있다니, 고흐가 마시던 초록 요정의 술인 압셍트도 먹어보고 고흐 작품도 봤으니 나중엔 꼭 아를로 가서 고흐가 사랑했던 거리와 풍경을 내 눈으로 보고 싶다.

인상주의 작품들

고흐 작품을 다 보고, 드가와 모네 마네 그리고 다른 작품을 본 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마주할 수 있었다.

피아노를 치는 소녀들

오랜만에 보는 작품은 내 머릿속에서 있던 느낌과는 좀 달랐다. 내 기억 속에서는 조금 흐릿해졌지만 실제로 보니 강렬하고 부드럽고 저 소녀들의 모습이 강한 포커싱으로 먼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천천히 전체적으로 보니 따스한 오후에 피아노 악보를 보면서 피아노를 치는 그 느낌이 찬찬히 전해져 왔고, 이후 가까이서 상기된 얼굴과 손끝을 보고 신나는 느낌까지 전해져 왔다.

이 작품 보러 여행 오길 잘했어...🥺🥺 후회 없는 순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보러 직접 온 후에 마주하는 그 순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이 시간이 아쉬워서 한참을 다시 보다가 고흐 작품을 한 번 더 보고, 나머지 조각들을 보러 내려왔다.

로댕의 작품들

많은 작품들이 있었는데, 눈에 띈 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지옥의 문이었다. 지옥의 문 가운데 상단에 있는 사람은 생각하는 사람과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사실 이 걸 보고 든 생각은 '로댕 박물관이 근처에 있는데 이게 찐일까?'였다...

이후 로댕박물관을 또 가서 똑같은 것들을 봤는데 어떤 게 진짜고 어떤게 가짜인지 모를 일...~~

아무튼 이렇게 전체적으로 다 보고 난 후에 마지막으로 제일 좋았던 작품들의 엽서를 사고 나왔다.
나오기 너무너무 아쉬웠지만 다른 곳도 둘러봐야 하니 내 머리와 핸드폰에 열심히 담아갔기 때문에 괜찮았다. 기억 안 나면 다음에 또 보러 오면 되지!

혹시나 좋아하는 작품이 생긴다면, 그 작품 하나 보러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요? 생각보다 많은 인상과 기억이 남게 될 것 같아요. 그럼 오늘의 포스팅은 일할 때 가장 고쳐야 할 거북목 자세를 한 동상 사진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럼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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